냐엥이와의 추억 좋아해


2011 여름. 장마는 정말 엄청났다. 내 기억속에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온건 처음이었고,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장마. 정말 무서운 장마였다.
그때, 아직은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던 여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을 무렵, 그러니까 막 여름방학이 시작했고 모자란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계절학기를 들으러 학교를 다니던 때, 나의 첫 고양이를 만났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아침 열시까지인 수업을 듣기위해 아홉시쯤 집을 나왔지만 인터넷으로 구매한 옷이 맘에 안들어 편의점에 들러 택배를 보내야 했다. 그래서 매일 버스를 타던 집앞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편의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그런 날이었다. 단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그 버스 정류장 옆으로는 중랑천의 지류 정도 되는 자그마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알고보니 그 편의점은 택배를 부칠 수 없는 편의점이었고, 지각마저 해버릴 것 같아서 잔뜩 짜증이 나있는 상태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급한 마음에 핸드폰으로 버스가 올 시각을 미친듯이 검색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중랑천쪽을 보시며 어머, 너 너무 귀엽게 생겼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뭐지? 하고 무심코 쳐다 봤고 거기에는 생전 처음보는 새끼 고양이가 난간에 꼬리를 말고 조그맣게 앉아있었다. 말도 못하게 귀여웠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소시지를 줘야겠다며 편의점으로 뛰어 가셨다. 그런데 이내 그 고양이는 중랑천쪽으로 내려가 버렸고 난 안타까운 마음에 아! 소리를 냈지만 고양이를 붙잡을 순 없었다. 소시지를 사오신 아주머니는 아유 가버렸네 하며 아쉬워 하셨고, 난 나도 모르게 제가 내려가서 줘볼게요! 하며 소시지를 받아들고 중랑천쪽으로 내려갔다.
평소에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먹이라곤 줘본일도 없는 나였는데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바로 다음 오는 버스를 타도 지각할 판이었거늘..
그런데 막상 내려가 보니 너무 막막했다. 중랑천에 조성해 놓은 길가 옆쪽은 생각보다 수풀이 무성했고, 바위틈새는 너무 어두웠다. 고양이가 작정을 하고 숨는다면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야옹아~ 야옹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양이를 불렀는데 바위틈에서 야옹~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쁜 마음에 야옹아!! 를 큰 소리로 외치며 소시지를 조금 떼어 주었더니 녀석이 무척 경계하면서도 조금씩 야금야금 떼어 먹었다. 너무 귀여웠다. 그날은 아기 고양이에게 소시지를 먹이느라 계절학기 수업은 거의 빼먹다 시피 하고 말았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제 몸보다 긴 소시지 하나를 허겁지겁 다 먹었다.

다음날, 아기 고양이가 생각이 났지만 난 지각이 늘 몸에 배어있는 지각형 인간이기 때문에 아침에 도저히 시간을 낼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갔다가 11시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소시지와 우유를 하나씩 사들고 중랑천으로 향했다. 너무 깜깜하고 어두워서 고양이를 찾을수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중랑천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아기고양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순전히 내 생각이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려가자마자 냐옹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고 내려다보니 어제 그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하하하 너무 기뻤다. 소시지를 기다린건지 나를 기다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소시지를 먹는 그 고양이를 보며 한없이 흐뭇해진 나는 그녀석에게 냐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냐엥이는 우유는 먹지 않았다. 알고보니 사람이 먹는 우유는 고양이에게 주면 안되는 거였다! 똘똘한 냐엥이. 그렇게 한참 소시지를 먹던 냐엥이는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자 황급히 수풀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날은 그렇게 냐엥이와 헤어졌다. 시간도 너무 늦고, 어두워서 숨은 냐엥이를 찾을수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흐뭇한 마음에 냐엥이 소식을 남친에게 알리고 잘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건. 평소에는 비가 많이 오면 아, 밖에 나가기 짜증나겠네 하는 생각밖에 안하던 내가 중랑천에 있는 냐엥이 걱정에 잠을 못이뤘다. 괜히 엄마에게 비가 많이 오면 길고양이들은 어떡하냐고 묻기도하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기도 하고. 새벽까지 비가 멈추기를 기도했지만 비는 정말 계속해서 내렸다. 그렇게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처음 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냐엥이를 데려와야겠다고 결심을하고, 얼마 안되어 살짝 잠이 들었다.

눈을떠보니 9시였다. 아직도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나는 수면바지 바람으로 중랑천으로 뛰어갔다. 중랑천 물은 이미 불어날대로 불어나 있었고, 길가로 넘치기까지해서 발목까지 잠길정도 였다. 이 와중에 냐엥이가 이곳에 그대로 있다면 정말 위험할 것 같았다. 어미가 있어서 함께 좀더 안전한 곳으로 도망갔기를 바랬지만 혹시 모르는 마음에 냐엥이를 불렀다. 냐엥아! 순간 중랑천쪽에서 움직임이 보여서 봤더니 오리였다. 눈치없는 오리.. 다시 냐엥아!를 한 다섯번 외쳤을까?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냐엥이는 바보같이 그 바위틈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잔뜩 겁먹은채로 바들바들 떨며 바위틈에서 비를 피해 있던 냐엥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여기 있으면 어떡해 바보야, 엉엉 울며불며 냐엥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혹시 도망갈까봐 걱정이 됐지만 내가 손을 뻗어 쓰다듬어도 도망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집에서 가져온 목도리로 둘둘 말아 집으로 향했다. 냐엥이는 무척이나 떨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맛살과 소시지를 샀다. 근처에 제대로 된 고양이밥을 살만한 곳이 없었고, 계속해서 야옹야옹 하는 냐엥이를 얼른 조용한 집으로 데려가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드라이기로 젖은 털을 말려주고 사온 맛살을 조금 뜯어주자 냐엥이는 게걸스럽게 먹었다. 귀여운 냐엥이. 집으로 들어오니 더이상 울지도 않고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때 내는 소리라는 모터 소리도 들려주었다. 맛살을 양껏 먹고난 냐엥이는 내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았다.


















추울까봐 수건으로 둘둘 말아주었다.
나도 냐엥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터라 함께 잠이 들었다.


























뒤에 보이는 얼굴은 무시..
잠을 자고 일어난 냐엥이는 기운이 났는지 자꾸 나를 밟았다.. 고양이는 늘 무언가를 깔고 앉는다던데 냐엥이가 딱 그랬다. 내 머리카락속을 파고들어 어깨에 앉기도 하고 배위에 앉기도 하고 아무튼 늘 항상 무언가 위에 앉아있거나 구석을 파고들었다. 냐엥이는 너무 귀여웠고 엄마의 결사반대 때문에 한번도 동물이라곤 가까이 해본적이 없던 나는 새로운 만남에 너무나도 설렜다. 실컷 놀다보니 현실적인 고민의 벽에 부딪혔다. 일단 엄마한테 슬쩍 문자를 보내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엄마는 강경했고, 내 말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라는 사실과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보편적인 인식 때문에 엄마는 냐엥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어떠한 설명도 통하지 않았다. 전화로 몇번의 고성이 오가고 엄마는 아빠까지 동원해서 냐엥이를 거부했다. 이 귀여운 냐엥이를.. 한번 보지도 않은 엄마는 막무가내로 나를 몰아붙였고, 고양이를 절대 집에 둘 수 없다고 했다. 냐엥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놀고 있었다. 냐엥아.. 너 여기 있으면 안된대..














비가 그야말로 억수같이 오는데 엄마는 원래 살던 곳에 얼른 다시 갖다놓고 오라고 했고, 난 그럴수 없었다.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태어난지 한달 좀 넘어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밖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나의 징징거림을 잠자코 들어주던 남친님이 냐엥이가 입양될때까지 자신의 자취방에 데리고 있겠노라며 구원을 내려주셨다. 나는 염치 불구하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를 외치며 서둘러 냐엥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야 한다는 난관이 있긴 했지만 엄마와의 심각한 갈등 때문에 도저히 집에 있을수는 없었다. 냐엥이가 들어갈만한 박스를 구해 전철을 탔다. 냐엥이는 생각보다 잘 버텨주었다. 가는 길에 제대로된 사료와 고양이용 분유도 샀다. 남친님의 자취방에 도착해서 냐엥이와 나는 휴식을 취했다. 남친은 기겁했지만 냐엥이와 나는 껴안고 잤다. 남친은 길에서 살던 냐엥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만지는 것도 꺼려했고 냄새가 나는것 같다고도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아주신 남친님께 무한 감사를.. 그날은 냐엥이에게 분유에 불린 사료를 먹이고 조금 놀아준뒤 재워두고 집으로 왔다. 엄마와는 냉전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친님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가는 중 남친님께 전화가 왔는데 냐엥이가 끙아를 무쟈게 해놨다고.. 한번도 애완동물을 키워본적 없는 남친이 좀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남친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언제까지나 그 자취방에 둘수도 없어서 서둘러 입양을 보낼 곳을 알아봐야 했다.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하는 냐엥이에게 미안하고 왠지 너무 서러워져서 또 눈물이 났다. 괜히 데려왔나 싶기도 했다. 그냥 중랑천에 둘걸. 그치만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어미도 없는 것 같은 냐엥이를 그대로 둘순 없었다. 아무튼 어디로 입양 보내야 하나 알아보니 고양이 카페에 입양을 보낼 수 있는 게시판이 마련돼 있었다. 그곳에 냐엥이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린뒤 연락을 기다렸다.


























카페 게시판에 글을 올려두고 우리가 움직이는 소리 때문에 냐엥이가 자다가 자꾸 깨는 것 같아서 밖에 나가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갈곳이 없어서 떠돌다가 피씨방에 들어가서 와우라는 게임에 입문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연락이 빨리왔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연락한 사람은 남자였다. 자신의 누나가 키울것이라며 오늘이라도 당장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전화상으로는 알 수 없었다. 전화상이었지만 일단 끝까지 잘 키우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 사람이 이쪽으로 오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얼떨떨한 상태로 남친님의 손을 잡아 끌어 집으로 갔다. 집에 가보니 냐엥이는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자 이쪽을 쳐다봤다. 냐엥이에게 너 이제 가야돼.. 라고 말했다. 또 눈물이 났다. 냐엥이는 가야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냐엥이는 또 나를 밟고 다녔다.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그상태로 냐엥이와 마지막 기념 촬영을 했다.


냐엥이를 데리러 온 남자는 너무 귀엽다며 잘 키우겠다고 말하고 냐엥이를 데려갔다. 보낼때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냐엥이는 정말 예쁘고 착한 고양이니까 어딜가든 귀여움 받으면서 잘 클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얼마간은 냐엥이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냐엥이 소식이 왔다! 고양이를 데려간 분이 사진을 보내주셨다.

















?????????????

사진 보자마자 완전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냐엥이는 완전 잘지내고 있었다. 데려가신 분이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아.. 냐엥아.. 잘살고 있구나! ㅋㅋㅋㅋㅋㅋ 어릴때도 배가 약간 빵빵했지만 더 빵빵해졌다. 귀여운 냐엥이. 좋은 주인 만나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얼마전에 또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냐엥이 동생도 데려오셨다고 한다. 냐엥이와 냐엥이와 똑닮은 둘째 고양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받았다.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어릴 때의 깜찍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연륜있는 고양이가 된 냐엥이.


지난 여름 나와 냐엥이의 추억은 여기서 끝이다. 아직까지는 생생하긴 하지만 소중한 기억을 언젠가 잊어버리게 될까봐 정리해두고 싶었다.
 
냐엥이와 나와의 만남은 냐엥이에게는 삶의 터전이 바뀌는 큰 계기가 되었고 나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은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고양이 사료를 사들고 다니며 길고양이들 밥을 챙기게 되었고, 또 고양이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아파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거기 있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방해가 된다며 몰아내려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은 살곳을 잃고 위기에 내몰려진다. 동물들을 도우려는 몇몇 사람들의 손길들이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정도이고 그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은 너무 더디게, 아니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동물들의 가치를 알고 돕는 몇몇의 사람들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고양이 사료를 들고 다니며 고양이들 밥을 먹이면 당장 몇몇의 고양이들은 배가 부르겠지만 길고양이 대다수의 삶의 변화는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냐엥이들아. 오래오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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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엔시 2011/12/21 08:43 # 답글

    마음씨가 참 고우세요 글쓰시는것도 느낌이 좋네요.아침부터 훈훈하게 잘 읽었습니다.
    냐엥이도 그렇겠지만 소영님도 늘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ㅎㅎ
  • 2011/12/21 08: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딸기농장 2011/12/21 12:19 # 답글

    훈훈해 지네요
  • soyoung9 2011/12/21 22:20 # 답글

    앗 처음으로 댓글이 달렸네요^^ 제가딱히 마음씨가 고와서 그런건 아니었고 우연한 계기로 길고양이랑 동물들에게 작은관심을 가지게 된거예요.. 진작부터 그러지 못해서 부끄럽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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